* Sohuiiyun


























①  Tracing my

      language ...
 









                         




                           









     ①  Tracing my language   모국어 찾기




















































 




* 유령탁자 

아이를 보낸 뒤 
나의 탁자도 해체하기 시작한다 

이제는 마음 편히 뛰어다니길 바라 
숨어있지 말고  

탁자가 되는 게 나을지도 몰라 

눈에 띄지 않도록
평평하게 갈고 간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틈새로 튀어나온다 

평평한 탁자에 덮여 있는 흰 천 

장례식장에서 생각했다 

그 눈들에  패배해버린 
허무한 삶에 대하여

































































































* 사탕 굴림 

껴안고 살기로 했다 
머리를 숙인 채 아이가 묻는다 
“이제 여기서 살아도 되는거야?”
짧은 침묵  

응, 저 선반 위에 있는 
사탕통을 혼자 꺼낼 수 있을 때까지 

손과 손이 맞닿아 
두 발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코로 들어온 피비린내를 
호흡에 넣고 내보낼 수 있을 때까지 

귓바퀴를 밀치며 들어오는 어깨의 소리에 
담담히 손을 얹을 수 있을 때까지 




저녁이 되면 사탕을 먹는다 
혀로 굴리면서 생각한다 
아이는 아이의 길을 가야한다 

깨진 유리통에 
가득 쌓인 사탕들 

바닥이 보이는 날 
아이의 양말을 신겨주며 말할 것이다 

다시 오고 싶으면 말해 
걱정하지 말고























* 모국어 찾기 1 

작업을 하는 일은 
언어를 배우는 일 같다고 친구가 말했지
형태와 무게를 재어 목소리를 내는 일이라고 

술자리에서 길을 잃은 단어와
팝업에서 나눠주는 풍선들 

풍선을 발에 묶으며 생각했다 
빈 공간과 빈 공간이 닿는 매끈한 면에 대하여 

제 2 외국어로 말하는 사람처럼 
빙글 빙글 제자리를 맴돈다 

번역되지 않은 단어들이 방안을 뛰어다닌다 
귀를 막고 몸을 웅크린다 

외로움이 고독을 밀치는 날에는 풍선을 분다 
연약한 마음의 팽창 


옆에 머무는 액자가 되고 싶다 
가방에 들어있는 책이 되고 싶다
 
터트린 조각들을 모아 
무덤을 만든다 

시체의 깜빡임과 
느리게 움직이는 손가락

구덩이에 누워있던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 모국어 찾기 2

외국인이랑 대화한다고 생각해봐 
이후 마음이 편해졌던가?

인사만으로 
단어 몇 개만으로
뿌듯해하며 돌아가는 아이처럼

숨을 길게 내쉴 때 나오는 소리 
흑연과 종이가 맞닿아 생기는 선 
돌을 쌓아 만드는 탑의 가운 

종이에 꾹꾹 눌러 
따뜻한 물에 녹인다 

물과 물이 손을 맞잡고 
구멍의 옆구리를 껴안는다 

응시하는 눈과 받아적는 손 
사물에 닿은 어둠 속의 질감 

바늘을 오리고 잘라 
이불을 채우고 나면 

스르륵 잠에 든다 
마음이 편안해졌던가 












































* 절취선을 자르시오 

볼록 튀어나온 선을 더듬는다 
이제는 아물어버린 봉오리
틈 사이로 보이는 엉킨 거미줄 

몸에 남아있는 자국과 닮았다 
빳빳한 줄들이 팔을 지나 

등과 가슴에 닿았던 
거칠거칠한 면들이

살을 에워쌌던 감각이 
어젯밤 위스키를 마시며 느꼈던 
진동처럼 떠오른다 

가위를 처음 들었던 순간 
줄이 나를 묶고 있는 건지 
내가 줄에 기대고 있는 건지 

마음이 마음을 업는 건지 
마음이 마음을 찢는 건지 

어금니와 눈동자가 싸운다 
눈썹과 손톱이 서로를 때린다 











































 

* 새벽에 받은 편지

따뜻함을 흉내내다 온기를 잃는다 
용기를 가지고 싶어 뛰다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 
온기는 있다가도 없는 것 

붙잡고 싶은 것이 늘어날 때마다 
유리에 맺힌 물방울에 볼을 댄다 

흙 속에서 멈춰버린 
친구의 손가락 

들리지 않는 
영원의 약속들 

쉽게 버릴 수 있는 것과 
쉽게 버려지는 것 

너는 내가 되고 
나는 너가 되고 



얼음을 볼에 문 사람이 
온기를 쥔 손을 내민다 

꼬깃 꼬깃 접은 작은 온기가 
손등에 숨어 수줍게 인사한다 

종이가 접힌 자국이 
흔들리는 수평선이 

다가온다 
천천히  












































































































*  틈과 산책

손에 힘을 뺀다 
둥그런 것이 평평해지면서 유리조각이 떨어진다 
내가 이런 것을 쥐고 있었던가 

손바닥에 생긴 선
침대에 누워 가만히 바라본다 
선 위를 지나가는 것들 

바늘이 테두리를 빙글 빙글 돌아 
지쳐 주저앉을 때

가라앉은 모래들이 
골골 소리를 내어 꿈을 꿀 때 

선에서 툭 무언가 흘러나온다 
맑고 투명한 형태로  



희미한 손을 쥐고 
꽃잎의 수를 가늠해보다 
물 위로 돌을 던진다 

대답없는 질문을 건넨다 
선이 끔뻑끔뻑 눈을 감는다 

손바닥 위 산책하던 사람들이 
집으로 향한다 



















































* 매듭 매듭 매듭 

매듭 매듭 매듭 매듭을 짓지 말자 
왜 나를 두고 가~ 
줄과 줄이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모순과 뒤집힌 장갑이 나란히 줄넘기를 한다 
마음과 마음이 등을 맞댄 채로 서로를 찾는다 

종이를 꼬깃꼬깃 접어 돌 아래에 숨긴다 
단어가 뛰노는 발자국들이 만들어내는 음 
움직임의 표면을 걷어 원을 숨긴다 

내보이는 것을 숨기는 일 
숨기는 것을 내보이는 일 

혼란이 정답이 되고 
정답이 혼란이 되고 

매듭 매듭 매듭 매듭을 지어야할 때 
구멍을 찾아 들어가자 

줄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 tracing my language 01












* tracing my language 02








* tracing my language 03




















* tracing my language 04







* tracing my language 05










* tracing my language 06


















* tracing my language 07










* tracing my language 08







* tracing my language 09























* tracing my language 10







































*  sohuiiyun (윤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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