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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탁자
아이를 보낸 뒤
나의 탁자도 해체하기 시작한다
이제는 마음 편히 뛰어다니길 바라
숨어있지 말고
탁자가 되는 게 나을지도 몰라
눈에 띄지 않도록
평평하게 갈고 간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틈새로 튀어나온다
평평한 탁자에 덮여 있는 흰 천
장례식장에서 생각했다
그 눈들에 패배해버린
허무한 삶에 대하여
* 사탕 굴림
껴안고 살기로 했다
머리를 숙인 채 아이가 묻는다
“이제 여기서 살아도 되는거야?”
짧은 침묵
응, 저 선반 위에 있는
사탕통을 혼자 꺼낼 수 있을 때까지
손과 손이 맞닿아
두 발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코로 들어온 피비린내를
호흡에 넣고 내보낼 수 있을 때까지
귓바퀴를 밀치며 들어오는 어깨의 소리에
담담히 손을 얹을 수 있을 때까지
저녁이 되면 사탕을 먹는다
혀로 굴리면서 생각한다
아이는 아이의 길을 가야한다
깨진 유리통에
가득 쌓인 사탕들
바닥이 보이는 날
아이의 양말을 신겨주며 말할 것이다
다시 오고 싶으면 말해
걱정하지 말고